Monday, October 24, 2005

N번째 computer

오늘 컴 부품 두 개를 구입했다. 하나는 지인들의 권유에 못이겨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기 위한 graphic card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e-donkey를 사랑하는 만큼 점점 더 많이 필요한 hard disk.

그동안 내가 몇 개의 computer를 썼던가? 아, 이렇게 되면 너무 많다. 잠깐 잠깐 드나들었던 PC방과, 공항 대합실(?)의 컴퓨터까지 다 셀 자신이 없다. 그러면 내가 그 동안 몇 개의 computer를 소유했던가?

제일 처음 Computer란 것을 가지게 되었던 Apple II. 1988년의 일이었다. 아마 내가 살아있는 동안 그 computer에 대한 기억을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전원을 켜는 것도 너무나 조심스러웠고, 며칠 동안은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두 번째 Computer는 386 PC 였다. 현재의 내 PC에까지 그 computer에서 사용하던 file의 일부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처음부터 1024x768x256 color가 가능한 고급 video card를 사용했고, 그 고해상도의 화면을 보기 위해 가끔씩 Windows 3.1 을 사용했었다. 이 컴퓨터 역시 처음 구입하고는 며칠 동안 잠을 잘 자지 못했으며, 결과적으로 6개월만에 10kg 정도의 체중이 줄었다.

바로 그 다음의 computer는 Pentium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처음엔 90MHz였을 것이다. 한동안은 MS-DOS 6.x 를 사용했고, 남들 다 Windows 98을 사용할 때 처음으로 Windows를 설치했던 듯하다. 미안하게도 이 computer에 대해선 별다른 기억이 없다. 대학 졸업 무렵에 구입해서 그냥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취직을 해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는 얘한테 애정을 쏟아 줄 시간이 없었다.

Pentium 90 을 Pentium 133 으로 upgrade 해 봐야 starcraft를 하는 데에 부족하다는 것이 그 다음번 upgrade의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그 후엔 CPU 속도니 뭐니 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었는지, 아니면 컴퓨터에 대한 애정이 식었는지 정확한 사양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완전히 모든 부품을 다 구입해서 손수 조립했다는 것만이 특이한 점이랄까...... 정말 미안하게도 그게 언제였는지는 도무지 기억이 안난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Pentium 3, 733MHz 정도 였던 것도 같고......

그 다음번 PC가 현재의 PC이다. 이전의 PC에서 DIVX file을 볼 때면 간혹 짧은 끊김이 있는 것이 못마땅하기도 했고, CD-Writer보다 DVD Writer를 써 보고 싶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기에 CPU 속도 같은 것은 정말 모르겠다. 얘도 역시 직접 조립을 했는데, 가장 저렴한 부품들을 사용했던 듯하다. On-board VGA, On-board Sound, On-board Ethernet, On-board MODEM 등등을 갖추었고, 단지 RAM을 1G로 좀 넉넉히 잡은 데다가 DVD Writer를 달았을 뿐.

이 컴퓨터의 조립 연대가 기억나는 것은 순전히 오래 되지 않았기 때문일 뿐으로, 바로 올해다. 내년이나 후년쯤 되면 이 컴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작년부터였는지 재작년부터였는지 오락가락 하게 될 것이고, 그때쯤 유행하는 무언가를 하는 데 부족하다면 새것을 구입할 생각을 하겠지.

참, 오늘은 이 컴퓨터에 새 부품을 달았다.

새 부품을 설치하고, driver를 잡아주고, hard disk를 format 하고 하는 일들이 가슴설레기 보다는 귀찮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이렇게 변해 버린 나 자신이 서글프다. 요즘 들어서는 어떤 일에서도 흥미 같은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내 자신이 반쯤은 죽어 있는 느낌이다. 누군가 나를 살려 줬으면 좋겠다. 아니, 그냥 편안히 죽여 줘도 좋겠다.

지금 잠들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

2 Comments:

Blogger Taehan Kim(김태한) said...

그쵸.. 저도 오래전엔 작은거 하나에도 엄청 감동하고 가슴 설레었는데...
나이먹어가면서 그런 일이 줄어드는거 같아요. 감정이 조금씩 굳어가는지...
일에 대한 열정도 좀처럼 생기질 않고, 재미있는 일도 찾기 힘들어지네요.
이럴때는 어떻게 refresh 해야 할까요?

16:12  
Blogger Wonil said...

여자가 필요해!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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