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April 01, 2013

비러머글 다이소!

다이소 라는 가게가 있다. 예전에 한때 유행했던 '천냥백화점' 이라는 가게들을 싹 몰아 내고 그 자리를 떡하니 주워 먹은 거대(?) 체인점이다. 저렴하면서도 괜찮은 품질을 앞세워, 유통계에서 무시하지 못할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친절한 위키백과는 해당 유통망이 일본 기업임을 알려 주고 있다.
과거에는 분명 천 원이 꽤나 가치가 있었다. 천냥백화점이 유행한 지는 10 년도 더 지난 것 같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천 원의 가치는 버스를 한 번 타기에도 모자라는 실정이고, 뭔가 군것질 거리를 사기에도 부족한 금액이다. - 제일 싼 거 한 개 집으면 700원 정도 하려나.
덕분에 이러한 금전 가치 하락에 발맞춰, 더이상 천냥백화점의 물품들은 천 원이 아니다. 이천 원, 삼천 원, 오천 원...... 다이소의 일부 품목은 왠지 어색하게 느껴지는, 만 원도 넘는 가격표를 달고 있기까지 하다.
이러한 가게. 고급의 품질은 아니지만, 그럭 저럭 쓸 만 한 제품을 저렴하게 팔아 주는 고마운 가게라는 생각이 반 년쯤 전까지의 다이소에 대한 인식이었다. 브랜드 이미지가 참 좋았다.
작년 6월 말 경 이사를 하면서, 필요한 물품 몇 가지를 다이소에서 구매했다. 소위 이름난 ■■마트 보다 저렴한 가격에 감사하면서. 수건, 벽걸이 스티커 몇 개, 문 충돌보호대, 뭐 그런 자질구레한 것들. 가격이 가겨이니만큼 나도 그 품질에 큰 기대는 걸고 있지 않았다. 대충 1년 정도 제자리에 붙어 있어 주면 선방한 거고, 운 좋으면 2년 정도 - 그러니까, 전세 기간이 만료될 때 까지 - 쓸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한 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주방의 벽걸이 스티커가 떨어졌다. 국자, 부침개 뒤집개, 가위, 밥주걱 뭐 그정 도가 걸려 있었다. 여섯 개의 고리를 다 채우지도 않고 다섯 가지만 걸려 있었고, 그중 평범한 조리기구로서 무게가 나간다 싶은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지난번 ■■마트에서 구입한 벽걸이 스티커에서는맹세코 2년동안 단 한 번도 떨어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던 애들이다. 좀 짜증이 났지만, 그 제품이 부실한 거겠지 싶어서 확 뜯어 내버렸다. 그리고 별 수 없이 ■■마트에서 좀 더 비싼 제품을 사야 했다.
이런 걸로 스트레스 받는 것보단 그냥 몇 천 원 더 쓰고 말지. 그러는 게 정신 건강에 좋지 싶은 심정이었다.
얼마 후에는 문 충돌 보호대가 떨어졌다. 오 마이 갓!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접착 부분이 심하게 녹아내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시 붙여도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다시 붙였다. 이삼 일 만에 또 떨어졌다. 아무리 정성껏 붙여도 또 떨어졌다. 안되겠다 싶어서, 아예 뒷면의 끈적이들을 다 닦아내고 순간접착제로 붙여 버렸다.
이때, 또 실수를 했다. 아직 미련이 남았는지, 순간접착제를 하필 또 다이소에서 사왔다. 역시나 떨어졌다. 매끈한 타일면, 매끈한 플라스틱. 정상적인 순간접착제라면 감히 떨어질 생각을 할 수도 없는 환경이다. 일례로, 본가의 문짝에 붙인 충돌보호대는 7 년이 지난 지금도 잘 붙어 있다. 색깔만 바랬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웬만한 양면 테이프는 그정도 크기의 플라스틱 덩어리를 수직면에 당연히 거의 영구히 접착시켜 둘 수 있는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나보다. 게다가 돌 두 개를 붙이면, 돌이 깨질지언정 접착면이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우주왕복선에 사용된 기술이라는 순간접착제에도 지나친 환상을 가지고 있었나보다.
한 달 가량, 이걸로 붙였다가 저걸로 붙였다가 하며 스트레스를 받은 끝에, 결국은 본가에 사용했던 브랜드를 찾아서 다시 구입했다. 가격은 욕나오게 비싸다. 다이소의 세 배는 가뿐이 넘겨 주신다. 그래도 지금 같아서는 만족도 역시 세 배를 가뿐히 넘긴다. 혹시 이것도 떨어지면 벽면에 뭔가 안좋은 비밀이 있을 것도 같고......
역시 비싼 브랜드는 제 값을 하는 건지, 지금까지 7~8 개월이 지났는데 떨어지거나 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요즘 한동안 별다른 일이 없어서 잊고 지냈는데, 엊그제 또 한 건의 사건이 생겼다. 벽에 멀쩡히 잘 걸려 있던 시계가 멈춘 것이다. 경험적으로 보아, 아무런 충격 없이 시계가 멈추는 경우는 99% 이상 배터리가 다 된 거다. 그래서 배터리를 갈았다. 움직이지 않는다. 이상해서 다른 배터리로 또 갈았다. 역시 움직이지 않는다. 아오 썅! 욕이 절로 나왔다. '이렇게 싼 가격에 시계를 장만할 수 있다니! ■■마트의 반 값도 안되잖아!' 라고 환호하며 다이소에서 지른 시계다.
가만히 잘 가던 시계가, 아무런 외부 충격 없이 저절로 망가지는 경우는 내 생전 처음 본 것 같다. 본가의 선반 구석에 얹혀 있는 30년 넘은 태엽시계는 지금도 잘 간다. (물론 태엽만 감아 주면.) 주변 사람들 한테서도 어느 날 갑자기 시계가 멈춰 버렸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Made in China. 세상에서 가장 많이 쓰인다는 세 단어가 박혀 있었다. 착한 가격을 감안하면 이 정도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래도 벽시계가 1 년도 안 돼서 죽어 버리는 건.... 이건 아니잖아! - 폭발하지 않아 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해야 하는 걸까?
현재 다이소에서 구입한 것으로 확실히 기억나는 것은 극세사 타월과 쓰고 남은 잘 떨어지는 순간접착제가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짜증 반 두려움 반이다.앞으로 웬만해서는 다이소에 갈 것 같지 않다. 진짜 한 번 쓰고 버리는 소모품 정도라면 모를까......
이렇게 누군가를 주관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헐뜯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이 글이 공정하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는 점도 인정한다. 하지만 다이소 역시 기대에 심하게 못 미치는 제품으로 나에게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줬다. 보급형 양산품의 품질 편차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적인 불행일 뿐이더라도 내가 그 제품들을 다이소에서 구입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조만간, 업그레이드판인 '만냥백화점'이 나올 것도 같은데, 어쨌거나, 다이소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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