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February 21, 2010

소음의 저주

나는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가끔 시끄러운 음악도 듣기는 하지만, 주로 조용한 음악을 듣고, 그나마도 많이 듣는 편도 아니다. 그래서 보통은 내 방에서는 게임을 하는 소리 아니면 컴퓨터의 팬이 돌아가는 소리 정도 밖에는 나지 않는다. 지금처럼 글을 쓸 때는 키보드 소리 정도.

그런데, 집 밖으로 나가면 온갖 소음의 폭격을 받는 것 같이 느껴질 때가 많다. 특히나 요즘은 저주라도 받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심하다.

버스를 탔다. 우리집은 종점 부근이기때문에 항상 거의 비어 있다. 그래서 편한 자리에 앉는다. 몇 정거장 지나면서 사람이 가득 탄다. 그중에 유독 전화기를 입에 문 목소리 큰 여인이 바로 내 뒤에 앉거나, 바로 내 옆에 선다. 반대편 종점까지 가는 30여 분의 시간 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떠드는 소리를 듣고 있자면, 살인충동이 불끈불끈 솟아오른다. 전자파 차폐 버스를 만든다면 추가 요금을 내고라도 탈 용의가 있다. 핸드폰 요금을 2배쯤 올린다면 미친듯이 반대하겠지만(그 여자들은 이정도엔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오히려 20배쯤 올린다면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싶다(이정도로 불충분할 수 있다는 불길한 예감은 든다. -_-;).

가끔씩 떠드는 사람이 없다 싶을 때엔 운전기사가 뽕짝을 튼다. 내지는 교통방송을 튼다. 충분히 혼자 들을 수 있음에도 전체 차내에 틀어대는 것은 혹시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가?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아니다.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라도 버스 같은 환경에서 듣고 싶지는 않다!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을 탄다. 잡상인이 온다. 큰 소리로 오디오를 틀어 놓고 판다. 경찰을 불러 잡아들이라고 하고 싶다. 경기가 어려워서인지 잘 안 팔리는듯, 차 안을 두세 바퀴 돌며 상품을 사람들 얼굴에 들이밀어 본다. 그동안 오디오는 계속 소음을 펑펑 뿜어 댄다. 이런 사람 신고해서 포상금 받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겨우 오디오 아저씨가 가면, 다른 잡상인이 온다. 아무리 먹고 살려고 그런다지만, 사람 많은 차안에서 확성기까지 동원해서 떠들어 대는 인간을 보면, 먹고 살려고 하는 소박한(?) 도둑질은 인정해 줘야 하는 건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특히나 바람잡이까지 동원해서 정체불명의 치약을 파는 것들은 사회에서 격리좀 시켜야 하지 않을까.

잠시만 틈이 나면 이번엔 구걸하는 가짜 장님이 온다. 진짜 장님을 보고 따라 하기라도 잘 하던지, 지팡이질 하나에도 가짜임이 역력히 묻어나는 거지들이다. 이런 인간들은 따로 병원으로 모셔가 안구를 적출해 필요한 사람에게 이식해 줬으면 한다. 어차피 장님 행세 하며 구걸질이나 할 사람들에게 눈이 뭐가 필요하단 말인가. 더 나쁜 것은, 오디오 장사꾼보다 훨씬 듣기 싫은 축축 쳐지고 신경 거슬리는 음악을 틀면서 다닌다는 것이다.

갖가지 잡상인과 거지들이 지나가고, 잠시 조용한 순간이 찾아오나 싶으면 전철 안에 꼭 한두 명씩 전화기를 물고 있는 여자들이 있다. 가끔은 남자도 있지만, 경험상 여자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런데, 한 칸에 딱 한 명이 떠들면 그 사람은 내 옆자리에 앉아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심지어는 딱 두 명이 떠들고 있는데, 하필 내 왼쪽과 오른쪽에 앉은 사람들이었다.

가끔씩은 옆자리 사람의 이어폰 음악소리가 너무 커서 내가 다 시끄럽기도 하다. 그럴 때는 소리좀 줄여 달라고 요청하기도 하는데, 대부분은 줄여 준다. 하지만 딱 한 칸 줄이는 것이 그대로 느껴지는 사람도 없지 않다. 랍스터 파먹는 송곳으로 귀를 쑤셔주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 참는다. 계속 그러고 다니면 그인간은 조만간 청각장애가 올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는다.

결정타로, 아파트 윗집이 피아노를 샀다. ㅜ.ㅜ
도대체 무슨 저주를 받았는지, 낮에는 전혀 손도 안 대는 피아노를 꼭 아침 일찍 친다. 그것도 내가 일어날 시간의 딱 한시간쯤 전에. 들으면 도저히 잠들 수 없는 신경 거슬리는 실력(쉬운 동요 틀려가며 겨우 치는 수준)으로.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기에 이런 시달림을 당해야 하는 걸까. 살풀이를 할까, 푸닥거리를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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