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ugust 08, 2006

새 직장

새 직장을 구했다.

지난번 직장에 대해서 큰 불만은 없었다. 어디나 그렇듯이 오래 있다 보면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이 차츰 눈에 더 크게 비치고 그래서 왠지 부당하리만큼 불만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는 법이니까. 그래서 그런지 객관적으로 곰곰이 생각해 본다면, 적어도 나에게는 정말 좋은 직장이었던 것 같다. (하는 일도 별로 없이 많은 월급을 받았다는 얘기다. -_-;) 다만, 요즘 들어 장래성이 상당히 안좋아 보인다는 정도의 불안감??

직장을 옮기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더이상 엔지니어로서 일하기가 힘들다는 사실이었다. 상사는 하고 싶은 일 하라지만, 열두 명의 사람을 관리하면서 엔지니어의 일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했다. 게다가 다른 사람을 관리하는 일은 내 적성에도 맞지 않고, 도무지 잘 했던 것 같지 않다. 그래서 결국은 내가 그만두는 것이 나 자신을 위해서도, 그리고 회사를 위해서도 더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었다.

물론 아무런 대책 없이 직장을 팽개쳐 버릴 만큼 여유가 있는 형편이 아니기 때문에, 꽤 오랜 기간 나름대로 직장을 구하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로 상당히 만족스러운 직장을 구했기 때문에, 꽤 괜찮은 편인 전 직장을 그만둘 수 있기도 했다.

일단은 내가 계속 엔지니어로 일할 수 있는 회사. 그리고, 주 프로덕트가 소프트웨어인 회사. (이 회사의 주 프로덕트가 과연 소프트웨어인지는 자신이 없지만, 내가 담당하는 분야의 주 프로덕트는 소프트웨어다.) 게다가 한 번쯤 경험해 보고 싶었던 외국계 회사이고, 무엇보다도 오픈소스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내가 작성한 코드를 싫건 좋건 많은 사람들이 언제든 볼 수 있다는 사실.

새로운 회사에 출근을 하니, 여러 가지 생소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점들이 많이 눈에 띈다. 그중에서도 가장 놀라웠던 것은 자리 하나 하나에 모두 주소가 있다는 사실.

누군가에게 무슨 서류를 가져다 줄 일이 있어서 사내 전화번호부를 검색해 전화를 했다.

"어디로 가져다 드리면 되죠?"
"[12345-C] 로 오세요."

12345-C!
놀라웠다. 그제서야 나는 내 자리에도 주소가 붙어 있음을 알았다.

복도 중간 중간에 좌석 배치도와 주소가 상세히 표시된 지도가 붙어 있어서 별 어려움 없이 위치를 찾았다.

아직은 새 회사에 적응하려면 한참 더 걸릴 것 같다. 어쩌면 내가 엔지니어로서 일할 수 있는 직장으로는 이번이 마지막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는 만큼 열심히 해야 겠다. 나중에 인생을 돌아볼 때 뭔가 하나라도 뿌듯한 것이 남아 있어야 할 것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