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March 02, 2011

약간 늦은 새해(?) 목표

작년 6월 경에 한 회사에 입사를 했다.

다시는 IT 같은 것 하지 않겠다며, 잘 다니던 제법 좋은 직장을 때려 치우고 나와서는, 고작 일 년도 안 돼서 다시 그바닥으로 돌아가냐는 지인들의 비웃음을 감수하고서라도 당장 '직장' 이란 것이 필요한 이유가 생겨 버렸던 것이다. 그것도 서울 쪽의 지역이여야만 했다.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작은 회사라서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 회사는 지금까지 내가 다녔던 회사들이 얼마나 좋은 회사들이었는지 새록 새록 느끼게 해 주었다. 회사 운영이 내가 보기에도 어설퍼 보일 정도였고, 직원들에 대한 인간적인 배려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이 인원이 다 함께 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라는 사장의 발언도 있었다고 한다. - 공식 발언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개연성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처음 두어 주일 간은 사무실에서 거의 빈둥거리다시피 했다. 생전 처음으로 Android 라는 것을 해야 한다는데, 뭔가 가르쳐 주거나 하는 것도 없이 알아서 책을 사서, 알아서 공부를 해서, 세미나 해 가면서 진행하잔다. 그런 거야, 월급 받으면서 하기엔 미안할 만큼 어설픈 일이지만, 그래가지고 언제 상용화 프로젝트를 진행할 만한 실력이 될까......

문제는, 그 두세 주일 후에, 회사에서 뭔가 프로젝트를 따내자 발생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인력들을 바로 상용화 프로젝트에 투입한 것이다. 그것도, 어떤 일을 어떤 조건으로 언제까지 해야 하는 지에 대한 설명도 없이, 그냥 갑자기 '내일부터 가산동으로 출근하세요' 라며 어딘가에서 빌려온 노트북을 던져줬다.

한 눈에 보기에도 여러 사람의 손을 타며 꽤 낡은 노트북이었다. 화면 해상도도 상당히 낮았다. 진행하려는 프로젝트가 480x800 의 해상도였는데, 그 노트북은 세로 해상도가 800이 안되었다. (오래 되어 정확한 해상도는 기억나지 않는다.) Emulator 작업이 애시당초 불가능 한 환경이다. 함께 딸려온 마우스는 얼마나 닳고 닳았는지, 휠이 제대로 구르질 않는다. 한숨이 나왔다. 도대체 이런 걸로 일을 하라고????

바로 다음 날부터 계속 가산동의 L 사로 출근했다. 이전에 Sun을 다녔을 때의 안좋은 기억이 떠올랐지만, 한번 때려 쳤던 거, 여차 하면 또 때려 치지 뭐 하는 생각이었다.

다행히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L사의 팀원들이 무척 잘 해 주었고, 운도 좀 따라 주어서인지 해당 프로젝트는 그럭 저럭 잘 마무리가 된 것 같다. 물론, 내가 다녔던 회사 사람들이나 L사 분들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겠다. 거의 막바지에 내가 그만둬 버렸으니까.

L 사에 대해서도 할 말은 많지만, 그 얘기는 다음 기회로 미루자. 다만, 그쪽 사람들은 날마다 야근하고 주말에도 출근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긴다는 사실. 도대체 왜 그러고 사는 지 모르겠다. 자살하거나 쓰러지는 사람이 없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내가 그만둔다고, 대체 인력을 투입하라고 그렇게 여러 번 얘기를 했음에도 무관심 하다시피 한 반응을 보여서 결국 내 일정을 빵꾸냈고, 나는 L사쪽 분들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상당한 개인적인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이렇게 하는 게 옳았는지, 아니면 그냥 약속된 날짜에 칼같이 끊어 버리는 게 옳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 피곤하고 우울하고 대책없는 회사를 떠나서 지금의 회사로 이직을 했다. 예전 직장에서 알던 분이 소개를 해 줬다. 똑 같이 작은 기업이고, 거의 비슷한 일을 하는 회사이긴 한데, 기술력 있는 좋은 회사란다.

지금의 회사는 전반적으로 만족스럽다. 첫 직장부터 밤샘이 미덕인 회사들만 전전하는 내 편견으론 도대체 어떻게 운영이 되지 싶도록 일찍 퇴근할 수 있다. 9시반 - 6시반이 공식 업무 시간인데, 7시쯤 되면 대부분이 퇴근한다. 근무한 두 달 동안 밤 9시를 넘겨 퇴근한 적은 딱 두 번 뿐이다.

회사에서 새해를 맞아, 업무와 관계 없는 개인적인 목표를 세우라고 했다. 리코더? 와우? 등산? 독서? 이것 저것 많이 떠올랐지만, 두 가지로 압축했다. 체중감량. Blog에 글 쓰기.

일단 상반기에 체중을 72kg 미만으로 줄이고, 한달에 두 개 꼴로 글을 쓰기로 했는데, 아무 일도 안 하고 2월이 지나가 버렸다. 3월부턴 독서 블로그에도 꾸준히 글을 쓰고, 운동도 좀 해야 겠다. 별로 터프하지도 않은 이정도 목표조차 달성하지 못하면 안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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