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uly 31, 2006

또 하나의 도전

오늘 그동안 다니던 이동통신 단말기 제조회사에서 퇴직했다.

뭔가를 잘못하거나 회사가 어렵거나 해서 잘린 것도 아니고, 아무런 대책 없이 그냥 충동적으로 뛰쳐 나온 것도 아니었다. 꽤 오랜 시간을 두고 다른 직장을 확실히 구해 놓은 상태에서 오늘까지 서류 정리 등을 했을 뿐이다.

딱히 뭐라고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불안한 느낌과, 그에 수반되는 묘한 흥분감. 그래서인지 요즘엔 줄곧 잠을 설치고 악몽을 꾸곤 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굳이 적을 필요가 없을 만큼 한심하지만, 대체적으로 새 직장에서 적응을 못하는 그런 꿈.

십 년 넘게 몸담았던 이동통신 단말기 업계를 벗어나는 것도 오랜 소원이었지만, Software가 주된 product인 회사에 software engineer로 취업하는 것도 정말 원했던 일이었다. 게다가 이번 회사는 인수합병설에 휘말리거나 고객 한 명의 변덕으로 제품이 엉망이 되거나 할 것 같지 않아서 정말 좋다.

새로운 도전이다. 잘 해 낼 수 있으리라는 낙관적인 기대도 좋지만, 정말 열심히 노력 해야겠다.

그래도 아직은 Mobile이라는 수렁(?)에서 반만 빠져나온 셈이다. 적어도 한동안은 계속 mobile product를 위한 일을 하게 될 것 같다. 한 발이라도 빠져나온 게 어디야 싶기도 하다.

내일부터 새로운 경력을 위하여!

누군가와 경쾌하게 건배라도 하고 싶다.

=^.^=

Tuesday, July 04, 2006

웃음의 종류

어린시절엔 참 많이 웃었다. 길을 걷다 웃느라고 정신을 못 차려 차에 치일 뻔 한 적도 있고, 음료수를 먹다 웃어서 컴퓨터 키보드와 모니터를 흠뻑 적시기도 하고, 누구나 한 번은 해 봤을 콧구멍에서 라면가닥 빼내기, 단무지조각 빼내기도 해 봤다. 너무 웃어서 배에 알이 배긴 적도 있었으니......

그렇게 성장한 탓인지 지금도 그럭 저럭 많이 웃는 편인 것 같기도 하다. 누구는 내 호탕한(?) 웃음소리가 좋다고도 했었는데, 내 웃음소리가 정말 호탕한 건지 아니면 약간 정상에서 벗어나 있는 건지 나 스스로는 잘 모르겠다.

웃음은 어떨 때엔 참 편하다. 기쁨이나 축하 등의 평범한 용도 외에, 대답하기 싫은 질문, 난처한 상황 같은 것을 모면하는 데에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내 경우엔 특히나 잘 그러는 것 같다. 그냥 겸연쩍어서 웃었다가 더 황당해져서 어쩔 수 없이 더 크게 웃곤 했던 것 같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보면 그저 허허 웃어도 그 웃음이 다 같은 웃음인 것은 아닌 듯하다.

근래에 [이나중 탁구부]라는 만화책을 구입했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웃기는 만화책'으로 꼽는 만화이기도 하고, 엽기적이라는 얘기도 한다. 한 엽기 하는 코메디를 아주 좋아하는 나로서는 혹할 만한 품목이었다. 그러나 정작 구입한 후의 결과는 비참했다. 엽기적이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한 그 갖가지 시츄에이션들이 도무지 나한테는 웃기질 않는 거다. 열 권을 다 읽는 동안 기분 좋게 웃었던 기억은 한두 번 뿐이었다. 그정도는 심각하기 그지 없는 [시마과장] 이라던지 [몬스터] 같은 만화책에서도 얻을 수 있는 웃음 아닌가!

나는 돈 내고 구입한 것이 아까워서 정말 많은 노력을 들여서 그 만화책을 겨우 다 읽었고, 읽은 후에도 후회 뿐이었다. 인터넷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했거나, 도서대여점에서 저렴하게 빌려온 책이라면 결코 3권까지도 읽지 않았을 것 같다.

예전에 봤던 영화 중에 기억에 남을 만큼 웃겼던 영화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아담스 패밀리] 였다.

"얘, 우리 거래하자. 내가 네 레모네이드를 한 잔 사 줄게, 넌 내 걸스카웃 쿠키를 하나 사."
"그래, 좋아."
"근데, 그 레모네이드 정말 레몬으로 만든 거니?"
"그럼 네 걸스카웃 쿠키는 정말 걸스카웃으로 만든 거니?"

이런 대화.

"아니, 어떻게 금고 번호를 잊어버릴 수가 있지? 2-10-11이잖아. 눈 두개, 손가락 열개, 발가락 열 한 개!"

이런 대화.

너무너무 유쾌하게 웃었다. 그런데 누군가는 이 영화를 공포영화라고 했다. 하긴, 분위기는 공포영화와 비슷하기도 하지만......

또, [총알을 탄 사나이]도 기억에 남도록 많이 웃으면서 봤다. 여주인공이 집에 돌아와서 앵무새에게 먹이를 준다. 그리고는 고양이에게도 먹이를 준다. 그 다음은 강아지. 그 후로 양, 당나귀 등등 점점 커져만 가는 애완동물들. 급기야는 코끼리까지 나왔던 듯하다. 나는 이 장면에서도 배를 움켜쥐고 웃었다. 또, 어떤 여자가, 납치당한 자신의 남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얘기하면서
"좋은 남편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건 아녜요."
라고 말하자 마자 그 남편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장면 역시 미칠 듯한 웃음이었다.

알고 지내던 대학 친구 하나가,

"도대체 [총알을 탄 사나이] 같은 영화는 왜 만들었는 지 모르겠어. 보는 내내 짜증만 났어."

라고 말했을 때, 난 충격이었다. 난 얼마나 재미있었는데......

하지만, [마스크]라는 영화. 그 영화는 코메디로 유명했고, 흥행에도 비교적 성공한 모양이었지만, 내게는 그냥 지루했다. 끝까지 다 보지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도대체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 기분 좋은 웃음을 얻을 수 있는 걸까?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긴 한 걸까? [총알을 탄 사나이]와 [마스크]의 웃음은 얼마나 다른 걸까? 또 그 둘을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그냥 실없이 허허 웃어 넘기기엔 너무나 궁금하다.

그러고 보면 요즘엔 잘 웃지 않는 것 같다. 아무 걱정 없이 기분 좋게 웃어 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가물가물 하다. 오랜만에 예전에 보던 웃긴 만화책들이나 꺼내 봐야 겠다. 그런데, 다시 보면 오히려 짜증만 나면 어쩌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