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anuary 31, 2010

손목이 고장나다

한 달쯤 전, 어느날 갑자기 손목이 아팠다. 혹시 어제 뭔가 했었나? 아니면 좀 부딪쳤나? 금방 낫겠지 뭐. 그래서 그냥 저냥 지나쳤다.

이틀이 지나도 여전히 손목이 아프길래 파스를 붙였다. 역시 대형 병원 옆의 약국이 저렴하다. 파스 한 봉지에 천원밖에 안한다. 그렇지만 파스를 붙여도 그다지 좋아지는 것 같지가 않았다.

때론 좋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가, 때로는 다시 안좋아 지는 것 같다가.... 결국 한 달 정도가 되어서야 병원을 찾았다.

의사선생님은 내 손을 몇 가지 각도로 꺾어 보고, 붓거나 하지는 않은지, 아침가 저녁중 언제 더 아픈지 등을 물어보고는 무슨 근육의 염증이라고 했다. 칼뱅씨인가 앵거씨인가가 처음으로 발견했고, 아직 한글 이름이 없단다. 팔에서 엄지손가락까지 쭈욱 이어지는 근육에 생긴 염증이라고.

혹시나 다른 질환이 있을 지 모르니 X선 사진을 찍고, 약을 처방해 줬다. 2주 뒤에 다시 보자며.

약은 아침 저녁으로 2 알씩인데, 하나는 NSAID 라는 계열의 약물이었다. 해열/진통/소염 효과가 있는 약이며, 위장관 장애를 일으키는 부작용이 가끔 있는 약품. 아스피린과 타이레놀이 이들 계열의 대표 격이다. 다른 하나는 도무지 모르겠다. 인터넷에서 여기 저기 검색을 해 봐도 찾지 못했다.

혹시 컴퓨터 게임을 많이 해서 이렇게 되었을 수도 있을까요?

조심스러운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랬다.

꼭 관련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당분간은 안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그래도 게임을 아주 안 할 수는 없어서 조금씩만 하고 있다. 약을 먹으니 훨씬 덜 아프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한 지인은 게임 하다 손목 나간 걸로도 모자라서 진통제 먹어 가며 게임 하냐고 놀렸다. 딱히 대꾸할 말은 없었다. '그럼 하루 24시간 잠만 자?' 라고 대꾸하면 왠지 더 안좋을 것 같아서.....

정말 깨끗이 나을까? 평생 시큰거리는 손목을 부여잡고 살아야 하는 건 아닐까? 내가 벌써 이런 걱정을 할 나이가 됐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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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January 25, 2010

3D-Vision 체험기

언젠가 영화관에서 3D 영화를 볼 기회가 있었다. 아마도 편광 안경을 쓰고 본 것 같다. 그 때, 영화 내용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화면 효과 만큼은 정말 대단했던 기억이 있다. 이것이 내 최초의 만족스러운 가상 3D 체험이었다.

그 이전에도 가상 3D 체험은 몇 번 있었다. 중학교때 교과서에 실려 있던 태풍의 눈 사진. 한쪽은 파랑, 한쪽은 빨강 셀로판지를 댄 입체안경을 쓰고 보면 입체로 보인다던..... 그런데 그건 별로 입체적이지 못했다. 게다가 아름답지도 않았다. - 교과서 라는 책, 그것도 과학 교과서에 실린 게 아름다와 보이긴 쉽지 않을 것도 같다. 또, 비슷한 입체 안경을 쓰고 보게 되어 있던 영화. 나이트메어 시리즈 중 하나를 그렇게 봤는데, 너무 엉성한 느낌이었다. 약간의 3D 효과를 위해 영화 전체의 색상을 희생하는 것은 좋은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게다가 그때도 내용은 전혀 맘에 안들었던듯. 마지막으로 한동안 유행하던 소위 '매직 아이' 라 불리는 스테레오그램. 이것은 아름답고 신비롭긴 했지만, 제한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데다가 섬세한 표현은 쉽지 않다.

뭐, 이런 저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별다른 기대 없이 본 영화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영화 내용은 전혀 내 취향이 아니었고, 오직 가상 3D 효과가! 특히나 용을 타고 날아다니는 장면에서는 그때 즐기고 있던 (지금도 즐기고 있는) WOW 라는 게임과 오버랩 되면서, WOW를 이렇게 실감나는 입체화면으로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었다.

한동안 잊고 지냈었는데, graphic chip 의 명가(?) nVidia 에서 떡밥을 던졌다. 3D-Vision 이라는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Active shutter 방식의 안경을 사용한단다. 그래서 120Hz 의 주사율을 지원하는 display 가 필요하다. 원래가 graphic chip 제조 회사인 만큼 당연히 최신의(처음 발표 당시의 최신) nVidia graphic chip 을 장착한 비싼(!) video card 역시 필요하다.

이미 환상적인 가상 3D 의 맛을 본 나로서는 지름신이 강림하실 만한 일이었으나,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Video card 대충 20만, 안경 20만, 가장 무서운 120Hz 지원 모니터는 대략 60만. 게다가 active shutter 방식이란 것이 과연 극장에서 사용되는 편광안경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것인가, 아무리 커 봐야 극장 화면과 비교하면 코딱지 만한 모니터에서도 3D를 느낄 수 있을 것인가 등등을 망설이지 않고 선뜻 시도해 볼 만한 금액은 절대로 아니다. Video card는 좋은 거 사면 다른 데에도 많은 도움을 주지만 안경과 모니터는 3D-Vision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아무 짝에도 쓸 데 없는 쓰레기가 되어 버리는 것이니까.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인터넷에서 3D-Vision 관련 물품 가격이 떨어졌는지, 대중화가 되고는 있는지 살펴보긴 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아직까지는 극소수 매니아 층만 시험해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날, nVidia 에서 3D-Vision 체험관을 열었다는 신문 기사를 접했다.

기사를 좀 읽어보니, 기존의 피씨방에 몇 자리를 3D-Vision 체험관으로 만들었단다. 그럼에도 체험관은 서울에만 달랑 두군데. 한군데는 홍대앞, 또 한 군데는 신림동.

먼저 기사를 본 다음날 홍대앞으로 달려갔다. 들어가자 마자 눈에 잘 띄는 몇 자리에 3D-Vision 체험 어쩌구 하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직원한테 체험해 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한자리 있긴 한데요, 아직 설치도 제대로 안 됐고, 제가 오전만 하는 알바라서 잘 몰라요."

5분 이내의 사용이면 요금이 청구되지 않으니까, 설치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 확인해 보란다. 컴이 부팅되는 동안 주변을 보니 3D-Vision 체험 좌석에 스타 하는 사람, 워드 작업 하는 사람 등이 있을 뿐이고 환상적인 가상 3D를 체험중인 걸로 보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서 불안했다.

컴의 제어판에서는 3D 에 관련된 아무런 것도 찾을 수 없었다. 안경을 USB에 연결하고 버튼을 눌러 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다. nVidia와, 피씨방과, 애꿎은 알바까지 마음속으로 욕하면서 돌아와야 했다.

그 다음은 신림동. 여기도 개판이면 반드시 nVidia에 항의전화를 하고 말리라, 무책임하게 홍보기사를 올린 각종 신문사에도 항의전화를 하리라 다짐하며, 별 기대 없이 해당 피씨방을 찾았다.

여기는 설치가 잘 되어 있긴 했다. 하지만 역시나 주변에 가상 3D를 체험 중인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홍대앞의 피씨방과는 달리 무척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은 직원의 설명을 따라서 시연 동영상 몇 편을 볼 수 있었다.

불행하게도, 작은 모니터에서는 만족할 만한 3D 효과를 볼 수 없었다. 내 눈이 촛점을 수시로 전환하는 데에 익숙해 지지 못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니터의 프레임과 주변의 사물들이 촛점 전환을 방해하기도 한다. 온 시야를 덮어 버리는 영화관의 대형 스크린과는 도저히 비교 불가능.

시연 동영상 따위를 보려고 3D-Vision을 구입할 것은 아니지 않은가. 어쩌면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WOW를 바로실행해 보았다. 누군가가 설치한 이상한 add-on 덕분에 login 하는 데 힘들었지만, 기어이 모든 것을 초기화 하고 login에 성공했다. 내가 서 있는 달라란의 거리,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정말 활기차고 생생한 모습이었다! WOW는 nVidia 공식 사이트에 따르면, 3D-Vision에 대한 지원이 최고 등급이란다.

달라란 거리를 벗어나, 하늘을 좀 날아 보았다. 역시나 표현해야 할 깊이가 깊어지면 내 눈이 적응을 못하는지, 표현이 부족한지, 촛점이 잘 안 맞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대체적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바깥 지역에 내려서 전투를 해 보았다. '으악' 이었다. 3D 효과를 못받는 것 같은, 혹은 깊이 설정이 전혀 다른 마우스 커서와 각종 인터페이스 창 등은 촛점 변경을 효과적으로 방해한다. 눈이 멍 해 지고, 전투 상황을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적응하면 괜찮아지려나?

적응과 상관 없이 나타나는 문제는 여전히 있었다. Active shutter 방식의 안경이 화면과 sync 맞추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 3D 효과를 켜고 처음 1~2분 정도는 가끔씩 화면이 번쩍거리는 느낌이 든다. 또, 아무리 120Hz 표현 가능한 모니터라 해도 어쩔 수 없는 LCD. 느린 반응속도 때문에 프로게이머들은 기피한다는...... 그래서 어두운 배경에 밝은 색의 물체가 있는 경우, 잔상이 남는다.

위의 두 가지는 기술이 발달하면 나아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Active shutter 방식의 안경.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의 절반을 가려주는 녀석이다. 주위가 상당히 어둡게 보인다. 게임을 즐기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화면만 바라보면 되는 영화 관람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행동이다. 키보드, 마우스 등이 제대로 보이지 않으면 힘들다. 그런데, 어두운 피씨방에서는 키보드 확인도 쉽지 않을 정도로 시야가 어두워져 버린다. 낭패다. 또, 나처럼 이미 안경을 쓰고 있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고려를 해서 나왔다지만, 추가 안경이 편하지만은 않다. 이런 점들은 현재로서는 한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눈이 적응할 수 있도록 한두 시간 플레이를 해 보고 싶었지만, 불행히도 이후의 일정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현재 소감은 아직까지는 구매 보류. 기술적인 한계와 지원의 불완전함 때문에 아직은 즐거운 WOW 생활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평소에는 보통 화면으로 플레이 하다가, 하는 일 없이 날아다닐 때만 3D 효과를 켤 수는 없지 않은가.

피씨방에서 요구하는 설문지를 작성해 주는 것으로 짤막한 3D-Vision 체험은 끝났다. 아직은 뭔가 아쉬운 느낌이 없지 않다. 앞으로 여러 회사들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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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January 10, 2010

순정만화 속의 남자

보통 남자들은 순정만화를 잘 읽지 않는다. 상당 수의 경우는 짜증을 내기까지 한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아무 만화나 별 거부감 없이 읽는 편인 나로서는 그 원인이 무엇일지 궁금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어렴풋이 알게 된 것 같다. 먼저 그림 하나 보자.
이 세 명의 인물 중에 누가 남자일까? 정답은 셋 다 남자이다.

이번엔 이 그림을 보자.
누가 뭐 하는 장면일까? 이걸 보고, 해군 사관학교에서 남자 두 명이 지옥의 체력훈련 중이라는 것을 알아챌 사람이 과연 있을까?

마지막으로 한컷.

이쯤 되면, 당연히 이 인물도 남자겠거니 생각이 들 것이다. 맞다. 위 그림에 계속 나온 바로 그 남자다. 하지만 '친정아버지께 안부편지를 쓰는 새색시' 라고 생각해도 전혀 위화감이 없는 이 그림이, 해군사관학교 수석 졸업 예정자다.

불행히도 위의 성별 구분 힘든 남자가 이 만화의 주인공인 탓에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꽤 많은 순정만화들을 별 부담 없이 보아 넘긴 나로서도 상당히 적응이 안된다. 대놓고 '내가 젤 이뻐' 라고 강조하는 듯한 장면이 너무 많아서 화가 날 지경이다.

다세포소녀 라는 만화에서 여자를 성적으로 대상화 하는 남자들에 대한 이런 말이 나온다. '화가? 성인? 소설가? 전부 방구석에 쳐박혀 여자 구경 못해본 사람들이잖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혹시 순정만화 작가들은 전부 방구석에 쳐박혀서 남자 구경도 못해봤기 때문에 이렇게 남자를 못 그리는 걸까? 아니면 저런 중성적(중성적이라기에도 너무 여성적이다... ㄷㄷ)인 남자들이 여자들의 이상형인 걸까? 여자분들은 저런 그림에서 남자와 여자를 구분할 수 있기는 한 건가? 아니, 원래 남녀 구분 자체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나? 머리가 복잡해진다.

이 만화 과연 끝까지 다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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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January 01, 2010

간단한 새해 소망

작년에는 너무 글을 쓰지 않은 것 같다. 한 해 동안 겨우 서너 개 뿐이라니...... 그래서 올해에는 좀 더 열심히 글을 써 보기로 했다. 처음부터 달성하기 쉽지 않아 보이는 어려운 계획을 세우는 것은 내 적성에 맞지 않는다. 최소한 한 달에 하나 정도의 글은 쓰자 정도의 부담 없는 소망을 가져 보기로 했다.

또 하나는, 좀 더 어려울 지 모르겠는데, 뭔가 프로그램 짜는 일이 아닌 것으로 한 푼이라도 벌어 봤으면 하는 소박한 소망을 떠올렸다. 기왕이면 뭔가 글을 쓰는 일로 수입을 얻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종목을 한정해 버리면 성공할 가능성이 한층 떨어질 뿐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과연 이 소망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기왕이면 좀 더 건강한 몸에, 좀 더 품위있고 교양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도 있지만, 너무 막연하고 평범한 것이라 소망이라 부르기도 민망해서 그냥 생각만 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새해 첫 날부터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만든 핸드폰은 날짜를 잘못 표시하는 문제가 발생해서 인터넷을 한 번 후끈하게 달구어 주셨다. 안그래도 새해는 아이폰, 안드로이드 등에 치어서 가뜩이나 핸드폰 개발자들이 피곤할텐데, 참으로 힘찬(!) 출발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아직도 핸드폰에 매여 사는 수많은 엔지니어들에게 잠시 애도를 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