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September 11, 2009

캄보디아 여행

모처럼 여행을 갔다.

앙코르와트.



유명할 만큼 유명하여 별다른 설명은 덧붙이지 않는 편이 좋겠다. 검색엔진은 언제든지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많은 사실들을 뱉어 줄 준비가 돼 있을 테니까. 딱 한가지, 저 멋진 유적은 캄보디아 라는 나라에 있다는 사실 정도만 얘기해 둔다.

정작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캄보디아 라는 나라다.
연중 기온이 38도 ~ 46도. 무척 덥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캄보디아에는 3 계절이 있단다. 더운 계절, 더 더운 계절, 그리고 미치도록 더운 계절.
긴 내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현재는 나라가 빈곤한 상태란다. 그래서 그런지, 저 유명한 관광지에 가도 찌라시 또는 팜플렛 한 장이 없다. 종이 자체가 귀하니까.
호텔 아침식사는 뷔페식으로 준비되어 있지만, 음식의 종류는 빈곤함이 묻어 난다. 우리나라에선 80년대 초반 쯤에나 맛보았던 것 같은 주황색 가루를 타서 만드는 시큼하고 달달한 음료, 그런 것이 호텔에서 '오렌지 쥬스' 라는 이름으로 제공된다.
어딜 가나, 사람들도 모두 깡말랐고, 개도, 소도, 고양이도 다 깡마른 그 나라에선, 왠지 음식을 많이 먹기도 미안하고 (먹을 게 별로 많진 않았다. -_-;) 접시에 담은 음식을 남기기에도 미안했다.
빵과 버터를 가져다가 발라 먹고는, 딴 건 다 먹고 버터만 반 티스푼 정도 접시에 남아 있었다. 다른 접시들은 그냥 챙겨 담던 종업원이 그 접시를 치우면서는 다 드신 거 맞냐고, 치워도 되냐고 물어볼 때엔 정말 가슴이 짠해졌다.
'부자 나라에서 온 돈 많은 관광객들'이 다니는 곳엔 어디든지 잡상인이 달라붙는다. 아주 어린 애들이 어설픈 한국어로 '세개 2달러' 를 외치며 들이미는 조잡한 물건들. 먹을 게 없다는 몸짓을 하며 '얌얌노' 라는 국적 불명의 말과 함께 처량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할머니. '원 달러~'를 외치며 따라오는 아이들...... 아주 끔찍했다. 처음엔 불쌍하지만, 좀 시달리다 보면 마치 해충처럼 느껴지고 만다.
또, 그 나라는 경찰이 실권을 잡고 마음껏 부패하고 있단다. 오죽하면 관광 가이드가 면세점 물품도 믿지 말라고 할까. 무늬만 면세점이고 주변 경찰들의 개인 상점이란다. 당연히 물건들도 짝퉁이 많다고.....



앙코르와트와, 그 근처 사원들은 무척 볼 만 하다. 40도에 육박하는 더위를 견디며 대여섯 시간 돌아다닐 체력이 된다면 충분히 추천하고 싶은 장소다. 다만, 그 외의 것들은 너무나 열악하고 비참해서 전체적으로는 절대 비추.

4박 6일의 일정, 이동 시간을 빼면 대충 4일의 관광 동안에 저 사원 한 곳 말고는 대부분 쇼핑센터로만 끌려 다녔다. 그것도 효능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보신식품 이거나, 명품의 이미테이션을 전문으로 파는 가게들. 심지어 그중 한 곳은 직접 곰에서 쓸개즙을 빼서 팔기까지 했다. (그나마도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 요즘은 무슨 국제단체에서 압력이 들어오고 있다며, 이런 걸 필요로 하는 사람도 많으니 신고 같은 것 좀 하지 말아 달라는 뻔뻔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하루의 추억을 위해서 5일간의 고생과 온갖 역겨움을 참을 가치가 있을까? 그 하루의 감동 조차도 따가운 햇살에 사진도 잘 안 나오고, 피부는 타서 벗겨지고, 욕이 절로 나는 끔찍한 무더위와 함께 해야 하는데?

잘 모르겠다. 그러나 개인적으론, 다시는 동남아로 여행을 가지 않을 것이다. 또, 관광 가이드를 따라가는 여행도 절대로 가지 않을 거다. 아무리 생전 처음 보고, 다시 볼 일 없는 사람들이라지만, 너무나 역력히 '봉' 취급하는 것이 확연한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그 불쾌함을 참고 여행을 가는지 원......

설상가상으로, 여행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일주일 만에 돌아와서 나는 생애 최악의 아수라장을 겪어야 했다. 여행 따위 가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다.

여행은 돌아갈 곳이 있기에 좋은 것이라는, 어딘가에서 주워들은 말대로 나도 편안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