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December 31, 2005

안녕 2005

한 해가 또 갔다. 어제도 밤 늦게까지 게임을 하고 나서 푸욱 잘 만큼 자고 일어나니 올 한 해는 겨우 여덟 시간 남짓 남아 있을 뿐이었다.

이 한 해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가 내게는 [우울] 이었다. 새해 벽두부터 우울했었고, 철따라 새로운 우울함이 찾아왔고, 내일은 내일의 우울이 준비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심지어는 인류의 미래를 밝게 비춰 줄 뻔 했던 과학기술마저 결국은 우울한 뉴스로 변해버렸다. (내 기본 감정이 우울하지 않았다면, 과학계에 길이 남을 사기극으로 정리가 되어 가고 있는 이 사건은 그냥 코메디로 여겨졌을 지도 모르겠다.)

2006년에는 뭘 할 수 있을까?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내년 이맘 때도 존재할 가능성이 반 정도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정말 우울하기 짝이 없는 새해이다. 아무래도 연초부터 본격적인 구직 활동에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Tuesday, December 06, 2005

Death is nothing

예전에 Coolio 라는 가수가 Gangsta's Paradise 라는 노래를 불렀던 적이 있다. 나는 그 곡을 몇 번인가 라디오에서 들었고, 우연히 주워 모은 MP3 file 중에 그 파일이 있었고, 나름대로 느낌이 괜찮았던 곡으로 기억한다. 그 가수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른다. 심지어는 한 명인지 그룹인지도 잘 모르겠다.

그 노랫말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death ain't nothin' but a heart beat away" 죽음이란 별 거 아냐. 하지만 바로 앞에 있지. 뭐 이런 정도로 번역될 수 있지 않을까?

삶과 죽음의 문제여서 그런지 우리말의 어떤 표현도 a heart beat away 라는 표현만큼 가슴(아마도 heart)에 와 닿지 못하는 듯하다. A Heart Beat Away. 근래 들은 영어 강좌에서는 One Breath Away 라는 표현도 있던데.

내 삶에서 의학적으로 죽음에 아주 가까이 갔던 적이 두어 번 있다.

첫 번째는 어린 시절 대 수술을 한 것이다. 1980년대 초창기인 그당시로는 4시간에 걸친 수술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의료진으로서나, 그걸 견뎌 내야만 했던 나로서나. 하지만 그 사건에서 정작 가장 많은 고통을 받았던 사람은 아마도 우리 어머니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나는 영화에서나 볼 듯한 수술실의 현란한 조명을 직접 내 눈으로 목격한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다. 말 그대로 시체처럼 널부러져 있으면서 심지어는 숨쉬는 것조차 기계가 대신 해 줬을 정도니까. 게다가 지금까지 기억나는 힘들었던 점이라고는 배뇨관이 막혀서 중간에 엄청나게 소변이 마려웠고, 그 어린 시절에 한꺼번에 1.5L 가량의 소변을 보았었다는 정도 뿐이다. (일이 편하게 진행되어서 내 요도에 꽂혀 있던 배뇨관이 원활이 동작했으면 그정도의 기억도 남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물론 전혀 엉뚱한 다른 것이 기억에 남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 다음으로는 살해당할 뻔한 것이다. 대학 때였던가? 친구네 집에 갔다가 그의 컴퓨터로 뭔가를 했던 듯하다. 그가 내게 비키라고 했다. 난 무시했다. 다시 한 번 비키라고 말했다. 난 그냥 무시하고 있었다. 그랬더니 바로 그가 내 목을 졸랐다. "이거 너무하는 거 아냐?" 등의 항변이라도 하기에는 너무나 강렬했다. 몇 초 되지 않아 난 기절했다. 객관적으로 완전히 죽음의 직전까지 갔던 것이 분명한 위의 사례와는 달리 이 사건은 얼만큼이나 죽음 가까이 갔었던 것인지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어찌됐거나, 내가 그렇게 기절해 있는 동안 그가 내 목을 조금만 더 쥐고 있었더라면 나는 그대로 다시는 숨을 쉬지 않았을 것은 분명하다. 그가 유도를 꽤 배워서, 내 상태가 그다지 죽음과 가깝지 않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나로서는 무척 서운하게도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아무렇게나 방바닥 한가운데쯤에 널부러져 있었고, 그는 무슨 게임인가를 하고 있었다. 차가운 방바닥에서 나는 나 자신이 죽는다는 것이 이렇게나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밖에 없었다.

또 한 번은, 실제로 육체가 죽음에 직면했던 것은 아니지만, 우울증으로 자살할 뻔 했다. 너무나 우울했다. 우연히 신문에서 접한 우울증 진단 30문항중에 27문항인가가 yes로 나왔다. 나는 무척 놀랐다. 이거 장난 아냐? 누구나 20개쯤은 나오는 거 아냐? 하지만 그 설명에는 12개 이상인가가 되면 주의를 요한다고 씌여 있었고, 16개인가가 넘으면 치료가 필요하다고 되어 있었던 듯하다. 나는 화들짝 놀라서 다른 사람에게 물어 보았다. 신기하게도 7개를 넘는 사람이 없었던 듯하다. 내가 보기에는 꽤 심각해 보였던 다른 사람 하나는 3개라는 기록으로 나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내 상태가 이렇게 안좋구나. 하긴, 그 전날 기숙사 창 밖을 보면서 그냥 툭 떨어져서 죽어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하지만 거기는 겨우 4층이어서 떨어져서 죽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을 뿐 아니라 방충망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걸 뜯어내기라도 하기 전엔 뛰어 내릴 수 없었다. 그걸 어떻게 해 보기도 너무 너무 무기력하고 귀찮아서 그냥 침대에 누워 있다가 잠들었던 듯한데...... 이때도 자못 죽음에 가까이 다가갔던 것이 아닐까 라고 한참이 지난 후에서야 생각하게 되었다.

근래에도 묘하게 우울하고 무거운 느낌이 나를 감싸고 있다. 그전처럼 심하지는 않은데, 무기력한 느낌과 아울러 현실에서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 자기 배를 칼로 갈라 보는 사람들의 심정을 다소간은 이해 할 것도 같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 것일까?

위에 적은 노랫말은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다가 우연히 떠오른 것일 뿐이고, 정작 그 노래에서 가장 좋아했던 부분은 다른 부분이다.

"Tell me why are we so blind to see that the ones we hurt are you and me"

지금은 이 말조차 와 닿지 않는다. Hurt 하는 we도 없고, 내 말을 듣는 you도 없는데 그저 슬퍼하고 아파하고 축 늘어진 me만 버려져 있는 듯하다. 어쩌면 정말 death는 a heart beat away 일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