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ugust 13, 2011

지구상상전

얼마전 지구상상전 이라는 사진 전시회를 관람했다.

인터넷에서 안내를 접하고는 한 번 가 봐야지 가 봐야지 하면서 못 갔다가, 지난 번에는 휴가 기간 동안에 관람해야지 했었는데, 휴가에 맞춰 내린 폭설로 전시장이 폐쇄되는 상황까지 가 버렸었다.

이번에도 안 가면 이제 전시회가 종료되는 시점이 되어서야 드디어 귀찮은 몸을 움직였다.

관람료는 만원. 전시회가 종료되고 나서도 아래 링크가 얼마나 살아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공식 홈페이지다.

http://jigusangsang.co.kr/

닉 브랜트(Nick Brandt)
조이스 테네슨(Joyce Tenneson)
루드 반 엠펠(Ruud van Empel)
데이비드 마이셀(David Maisel)
아르노 라파엘 밍킨넨(Arno Rafael Minkkinen)
메리 매팅리(Mary Mattingly)
지아코모 코스타(Giacomo Costa)
데이비드 트라우트리마스(David Trautrimas)
피포 누옌-두이(Pipo Nguyen-duy)
존 고토(John Goto)

이상 열 명의 작가의 작품. 거기에 로이터 통신사의 사진.

일단 이 사진 한 장 보자.

요즘 인기인 모 방송 프로그램 흉내를 내서 '나는 코끼리다' 라고 이름 붙여도 이상하지 않을 이 작품 제목은 '물마시는 코끼리' 란다. 요기서 가져왔다.
http://blog.hani.co.kr/bonbon/33808
위 블로그에 잘 나와 있듯이 닉 브랜트 라는 작가이고, 동물사진의 대가다. 저 코끼리 사진과, 달려들 듯한 물소 사진. 커다란 크기로 보면 정말 위압감 느껴질 정도로 멋있다.

다음으로, 사람의 몸을 독특한 시선으로 담아내는 작가도 있다.

역시 같은 블로그
http://blog.hani.co.kr/bonbon/33837
에서 가져왔다. 아르노 라파엘 밍킨넨 작품. 분명 사람 몸이 맞는데 이질적인 신비로운 이미지가 된다.

이 두 작가의 작품은 정말 돈 내고 보는 보람이 있다. 그밖에는 스스로 '포토샵이 없었다면 아예 그림을 그렸을 것' 이라고 하는 작가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작품이 심하다 싶을 만큼 '뽀샵질'을 했고, 그 '뽀샵질'을 예술성으로 들고 나온 거라서 나로서는 별로 마음에 안 들었다.

버려진 여러 부품으로 이런 저런 기계나 건물의 모양을 만든 사진, 아른거리는 물 속 세상, 폐허가 된 도시, 마치 회화 작품 같은 인물 사진 등은 그중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마음에 안 드는 작품이 반쯤은 되는 것 같다. 특히나 존 고토 라는 분의 작품은, 미안하게도, 보기 민망할 만큼 엉성했다. 뽀샵질로 스토리를 만들려고 한 것 같은데, 원래의 배경인 영국 풍경이 익숙치 않아서인지 스토리는 하나도 와 닿지 않고 '뽀샵을 하려거든 잘 이라도 하지......' 라는 느낌 뿐이다.

전반적으로 관람료 만 원이 아까울 듯 말 듯한 전시회였다.

하지만 정작 충격은 전시회장 출구 밖에 있었다! 사진전 도록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같은 주관사에서 주관했던 지난번 전시회의 도록까지 함께 팔고 있었다. '매그넘 코리아' 대 도록. 나는 그걸 십만 원을 내고 구입했는데, 지금은 이만 원에 팔고 있었다. 미친 거 아니야? 이러면 다음에 좀 비싼 물건을 들고 나왔을 때 누가 사 주겠어? 조금만 지나면 반의 반 값에 살 수 있는데......

판매하는 종업원의 행태는 정말 화가 난다. 도록과 저 가방 주세요. 네, 만구천원입니다. 저기요, 세트로 할인하고 있다고 써 있는데요. 어머, 그렇네요. 그렇게 계산 해 드릴게요. 직원이 멍청했을까, 아니면 사악했을까. 잠시 뒤 사악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매장 바깥쪽에 광고판이 있었다. 저기요, 만오천원 넘게 구입하면 사은품 준다고 써 있는데요. 어머, 깜박 잊었어요. 여기.

한 번은 실수라고 쳐도 연속 두 번이면 이건 고의에 가깝다. 안그래도 전시회의 반은 '저질 뽀샵'으로 채워져 있어서 은근 불만스러웠던 데다가 날씨는 미치도록 더워서 땀과 짜증이 줄줄 흐르는데, 내가 큰 맘 먹고 구입했던 물건은 이제 거의 폐지값에 팔리고 있고, 그런 기분에 저런 사기꾼 같은 종업원을 대하고 나니 싸대기라도 한 방 날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주관사인 한겨레에 좀 실망했다.

닉 브랜트의 아름다운 동물들로 그나마 위안을 삼자......

(위 코끼리 사진과 같은 곳에서 퍼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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