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July 23, 2011

경찰 불만

어제 밤 늦게 이동을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원래는 일찍 움직였어야 하는 건데, '자폐게임'을 하느라고 좀 늦어졌다. 지하철 막차가 간당간당한 시간이 되어 버린 것이다.

황급히 옷을 주워 입고, 세수도 못하고, 가방만 메고 달려 나갔다. 집 근처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려는데 너무 시간이 늦어서인지 이미 차량신호가 주황색 점멸 상태였다. 뛰어 건널까 했는데, 차 한 대가 달려온다. 차 지나가면 가야지 하고 다시 인도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 차가 지나갈 생각을 안 하고 멈춰 선다. 경찰차다. 엥? 뭔 일이지? 어쨌거나 횡단보도이고 차가 멈춰 섰으니 건너가란 뜻이겠지 생각하고 건넌다. 경찰이 나오더니 붙잡는다. 도대체 왜???

경찰관으로 보이는 사람이 자기 소속과 이름을 얘기하긴 했지만, 나는 그사람의 신분을 확인할 만한 것은 아무 것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늦어지면 나만 귀찮다는 생각에 순순히 협조했다. 신분증 보여주고, 가방 열어서 보여주고, 직장이 어디라고도 얘기하고. 이 늦은 시간에 어딜 가느냐는 질문에 내가 꼭 대답을 해야 하는 걸까? 화가 났지만, 앞서도 언급한 대로 늦어지면 결국 나만 귀찮다는 생각에 이러쿵 저러쿵 내가 살고 있는 얘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일찍 나갈 생각이었는데 게임하다 늦었다는 얘기는 안했다. 거기까진 필요 없을 것 같았다.)

나를 보고 학생이냐고 물었을 때는 정말 당혹스러웠다. 십년 전 쯤을 마지막으로 들어 본 적이 없는 이야기 인 것 같다. 도대체 이나이에 학생이면 앞으로 어쩔려구. 근데 회사원이란 대답을 듣고, 신분증 까지 보고 나서도 다시 한 번 학생이냐고 묻는 데에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이분 치매신가, 아니면 내가 학생인데 학생 아니라고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가방 제일 바깥쪽에 회사에서 빌린 책이 한 권 꽂혀 있긴 했다. 가방에 다 책인가요? 아니, 열어 보여 달래서 열어 보여 줬더니 무슨 봉창 뜯는 소린가. 가방 속에 지갑이랑 카메라랑 잡동사니 몇 개 들어 있었는데, 내가 보기엔 책 비슷하게 보이는 물건은 없었다.

가만히 보니 이것이 바삐 가는 사람을 붙잡아 놓고 농담따먹기를 하며 재미있어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뭐 타고 가시게? 아직 전철 막차 남았다니까, 다른 한 명이 어디까지 가냐고 자기가 차 시간 남았나 봐 준다며 휴대폰을 꺼낸다. 나 그냥 전철역 가서 확인해 봐도 되거든. 제발 그냥 좀 보내줘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다시 한 번, 더 늦어지면 나만 귀찮다는 생각에 어디까지 간다고 얘기했다. 거기까지 가는 차는 끊겼고, 중간까지 가는 차가 막차란다. 어떡할 거냔다. 왜? 태워다 주게? 아님 니네가 교통부 장관쯤 돼?

나도 한가했으면 인권이니 현행법이니 들먹이며 같이 놀아 줄 의향이 있는데, 너무 바빴기에 가급적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긴 했지만 정말 불쾌했다. 정작 도둑이 들어도 못 잡는 주제에...... 게다가 요즘은 검찰과의 밥그릇 싸움도 가관이고, 각종 폭력 조직, 성매매 업소와의 결탁 및 상납 같은 것은 이젠 새로울 것도 없을 지경이면서...... 과연 저런 자들이 이 사회를 지키는 걸까? 아니면 기득권자의 기득권을 지키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그저 자기 밥그릇을 지키는 건가?

겨우 놓여 나서는 전철역으로 달려가 보니 그 경찰이 말한 대로 내가 가려는 곳까지 가는 차는 끊겼고 막차는 중간 까지만 간단다. 처음부터 택시를 탈 수도 있었지만, 바쁜 사람 붙잡아 놀리는 걸로 보이는 그 경찰의 말을 믿을 수가 없어서 굳이 지하 2층까지 내려가서 역무원에게 재차 확인을 해야 했다.

그 사람들은 지난 밤 새 몇 명의 무고한 시만들을 들볶았을까? 몇 건의 범죄를 예방했을까? 어젯 밤의 내 경험은 불쾌하긴 했지만, 그래도 강도를 당하는 것 보다는 나은 거라고 자위해야 하는 걸까? 비슷한 위치에서 내가 강도에게 칼을 맞고 있었다고 해서 딱히 그 사람들이 뭔가 도움이 됐을 것 같진 않은데......

어렸을 때는 학교에서, 길을 잃으면 파출소에 가서 물어보라고 배웠던 것 같다. 실제로도 몇 번인가 그렇게 했던 것 같다. 그런데 한 번은 길을 몰라서 지나가는 경찰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둘이 같이 순찰을 도는 걸로 보였다. 자기네 관할 구역이 아니라서 모른단다. 아.. 네.... 하고 말았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상하다. 왜 제복을 입은 채로 관할 구역도 아닌 데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던 걸까? 모 업소에 성상납이라도 받으러 가는 길이었을까?

요즘 사회는 총체적 불신의 시대다. 경찰도 예외가 아니고, 나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내 불신도 누군가를 이렇게 불편하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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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July 02, 2011

상반기 결산

올해의 반이 지나갔다. 나름 알차고 보람있게 보낸 것 같다.

체중을 줄이려는 시도는 살짝 빗나갔다. 73kg 또는 그 이하가 될 수 있기를 기대했는데, 6월 30일 측정한 체중은 73.9kg 이었다. 그래도 체중 감량을 위해서 DDR pad를 구입했고, 디지털 체중계도 구입했다. (그런 거 산다고 살이 빠져? 먹는 걸 줄여야지. 라는 얘기 참 많이 들었다. -_-;)

중간에 '안좋은' 일이 한 번 있었다. 맥도날드에서 행사를 한 것이다. 원래 점심시간엔 할인을 했는데, 그 행사와는 별개로, 라지 세트를 주문하면 유리컵을 하나씩 준단다. 총 6가지 색상.

처음엔 별 느낌이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컵을 두 개를 받게 되었다. 그러자 묘하게 수집욕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날마다 점심 시간이면 컵 색깔이 바뀌지 않았나 한 번씩 살펴 보게 되었고, 색깔이 바뀌면 바로 달려가 라지 세트를 주문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다 먹었다.

처음엔 라지 세트의 감자를 다 먹기가 살짝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별 맛도 모르겠고. 하지만 한주일에 두어 번씩 계속 먹게 되니까, 나중에는 마지막 감자 한 톨까지 술술 넘어간다. 셋이 앉아서 세 명 분의 라지 사이즈 감자 중에 내가 거의 두 명 분을 먹고 나서도 '디저트도 먹을까? 참을까?' 고민할 쯤이 돼서야 행사가 끝났다.



이것이 그 전리품. 겉에 흰색 종이 케이스가 있을 때는 새끈하니 예쁘던 것들이 조금 어두운 장식장에 세워 놓으니 안 예쁘다. 도대체 왜 난.... ㅜ.ㅜ 무엇보다도, 악마같은 맥도날드에 의해 늘어나버린 뱃고래는 줄어들지 않는다. (원래 많이 먹지 않았느냐는 얘기는 정말 듣고 싶지 않다!)

블로그에 글 쓰기도 나쁘지 않았다. 독서 블로그에 독후감들. 그리고 여기에 잡담들. 아무도 오지 않는 다는 점만 빼면 성공적인 블로그라 할 수 있겠다. 트래픽 통계를 보니까, 한주일에 두세 번의 방문이 있는 것 같다. 그나마도 90% 이상은 검색엔진의 방문으로 보인다. 뭐, 이런 상태면, 내 신상이 털릴 일은 없겠다고 위로해야 하는 건가?

장마가 끝나자 마자 무더위와 함께 시작하는 하반기. 꼭 살을 뺄테다. 하지만 맥도날드가 또다른 행사를 들고 나오면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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