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March 18, 2007

헉소리나는 피자가게

얼마전에 모처럼 저녁식사로 피자를 먹으러 피자가게에 갔다. 나는 그 가게의 회원카드까지 소지한 우량회원으로, 엉겁결에 피자를 참 많이도 먹었나보다.

회원카드가 있으니 음료는 무료에, 샐러드와 애피타이저를 시켜도 예산 안에서 깔끔히 해결될 것 같았다.

음료를 사이다로 할까 콜라로 할까 좀 고민하다가 사이다로 하기로 했다. 피자도 이걸로 할까 저걸로 할까 고민하다가 아예 반반씩 해 주는 걸로 하기로 했다.

여기요, 피자는 치즈크러스트 패밀리 사이즈에 파인애플이랑 슈퍼슈프림 반반씩 해 주시구요, 음료는... 콜라? 사이다? 아, 사이다로 주세요. 애피타이저 쌤플러랑 샐러드도 추가해 주시구요.

뭐 이정도 주문. 그 가게에서 일하는 직원이라면 충분히 잘 소화했을 것 같은 주문이었다. 보통은 주문하신것 한 번 확인해 드릴게요, 하면서 다시 주문 내용을 읊어 주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던 것 같다.

샐러드를 퍼다 먹으면서 잡담을 나누고 있는데 뭔가 좀 당혹스러운 표정의 점원이 콜라를 들고 왔다. 황당한 일을 당해서 웃음이 나려는 것을 참는 것이 역력한 표정으로 말한다.

"여기요, 콜라랑 사이다랑 반 반씩 섞어 달라고 하셨죠?"

뭐야? 그런 엽기적인 액체를 먹으라고 갖고 온 거란 말이야? 그냥 보기엔 콜라랑 똑같아 보이는데...... 그리고 그런 걸 주문하는 사람도 있단 말인가?

"그... 그게 아니구요, 사이다 달라구 했거든요."

직원들 둘이서 묘한 눈짓을 주고받더니, 그 음료(?)를 치우고 정상적인 사이다를 다시 갖다 줬다. 참 다행이었다.

잠시후에 2부가 기다리고 있었다.

"죄송한데, 주문이 잘못 들어갔거든요. 일단 이거 드시고 계세요."

패밀리 사이즈 파인애플 피자가 나와버렸다. 이 상콤한 아가씨, 피자를 반 반씩 해 달란 것을 음료를 반 반씩 섞어 버린 것이었구나..... -_-;

반반 토핑된 피자를 주문하면 네 명이서 파인애플 한 쪽, 슈퍼슈프림 한 쪽 먹으면 꼭 맞을 줄 알았는데, 이리하여 패밀리 사이즈 파인애플 피자 한 판에다가 미디움 사이즈 슈퍼슈프림 피자 한 판을 추가로 먹게 되니..... 이렇게 좋을 수가...... (결국은 다 못 먹었다.)

계산할때 계산서를 꼼꼼히 들여다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또 뭘 어떻게 해 놨을 지 두렵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계산서에는 회원권 음료 제공과 주문 실수로 인한 피자 추가 제공분이 제대로 무료로 계산되어 있었다. (전에는 이게 잘못 돼서 나중에 한 번 더 가서 환불받은 적도 있다.)

피자가게에서 피자를 주문받고 돈을 받는 일도 쉬운 일만은 아닌가보다. 나중에 늙고 할 일 없으면 햄버거 가게나 피자가게에서 알바라도 할까 했는데......

오늘의 교훈
1. 피자가게에서 음료를 콜라 반, 사이다 반 섞어 달라고 하면 섞어서 준다.
2. 콜라와 사이다를 반 반씩 섞으면 그냥 콜라처럼 보인다.
3. 피자를 주문받는 일은 보기보단 무척 어렵다.

=^.^=